제게도 누구나 가지는 사랑니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별 문제가 안되었었습니다. 왼쪽 아래 어금니 자리중 제일 안쪽에 났으니까요.
다른 이빨을 건드리지 않고 어금니가 하나 더 생기니 오히려 저한테는 복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10월 어느날, 왼쪽 어금니쪽이 통증을 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그 통증의 진원지는 잊고 있었던 사랑니라는 것을 알아 차렸습니다.
손거울을 비춰 그 사랑니를 보았습니다. 아직 완전히 이빨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1-2 mm 정도 나와있는 것이 큰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위치가 좀 이상하더군요. 볼쪽으로 그러니까 바깥쪽으로 약간 누워 있는 것입니다.
통증은 하루 이틀에 그치지 않고 1주일을 넘겼습니다.
껌조차 제대로 씹을 수 없는 고통이 1주일을 넘기자 치과를 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직원전용 치과에 예약을 했습니다. 2주후에 갈 수 있더군요.
2주만 참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10일을 그렇게 앓더니 통증이 싸악 사라졌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맛있는 과자랑 밥이랑 먹었습니다.
마침내, 치과를 간 날, 이빨 전체 X-ray를 찍었습니다.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의사의 진단은 참으로 기가 막혔습니다.
우선, 사랑니는 볼쪽으로 점점 자라고 있으며, 가만히 둘 경우 볼을 밀어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완전히 옆으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앞쪽 어금니를 조금씩 밀고 있으며, 그 닿은 부분은 현재 썩어 있다는 겁니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있는지조차 몰랐던 오른쪽 위쪽 사랑니도 어금니 옆에서 완전히 자라 있으나 씹는 기능은 하지 못한채 앞쪽 어금니랑 썩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른쪽 아래 사랑니도 있는데 이것은 완전히 누운채로 잇몸속에서 자라고 있다고 하더군요. 더구나 이것은 수술을 해야 뺄 수 있다더군요.
참으로 기가 막혔는데, 의사 선생님은 한 마디를 더 합니다. 아래 양쪽 어금니중 3개가 썩었으니 땜질해야 한다고 합니다.
치과를 다녀오신 분은 아시겠지만, 오른쪽 아래 사랑니를 뽑지 않는다고 해도 견적이 100만원은 쉽게 넘을 것이라 걸 아실 겁니다.
우선 11월 한 달간은 썩은 어금니 3개를 모두 금으로 땜질하는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스케일링이라는 것도 받았습니다.
12월 2일, 드디어 사랑니 뽑기 1탄으로 오른쪽 위쪽을 뽑았습니다.
완전히 나 있는데다 위쪽이라 쉽게 뽑았습니다. 불과 3초 정도 걸렸으며 통증도 크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혀를 갖다대도 아무 이상 없을 정도입니다.
12월 27일, 바로 어제입니다.
저는 2탄으로 왼쪽 아래 사랑니를 뽑으러 갔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불길한 한 마디.. "좀 어렵겠네요.. 이빨이 조금만 나와서.."
슬펐습니다. 1탄 때는 5초 안에 나온다며 확신까지 했는데...
참고로 의사 선생님이 여성이십니다.
뽑기가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예상대로 이빨을 제대로 집지 못하고 뺄려고 힘을 주면 빠지더군요.
그러기를 몇번 하더니 좀 집기 쉽게 갈겠다며 이빨을 조금 갈아내더군요.
한참을 지나서 첫 번째 쩌억~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빨이 빠지려고 이뿌리가 흔들린 시기이지요.
그런데도 이놈의 이빨은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이뿌리가 깊은 것 같고 집기도 힘들다며 의사는 잇몸을 찢기로 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나 큰 고통과 두려움에도 아무 말도 못하고 입만 벌리고 "어........" 소리내며 통증을 호소해야 했습니다.
통증이 심해지자 마취제를 또 맞았습니다.
그러기를 또 한참 두 번째 쩌억~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러고는 의사 선생님의 즐거운(?) 한 마디 "나왔다~"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취제 덕분에 고통은 크게 못느꼈지만 제 입안은 피범벅이었지 진공청소기 같은 걸로 계속 빨아내더군요.
찢은 잇몸을 다시 꿰매는 중에 실의 느낌이 입술에 닿았으며, 얼마나 찢었는지 한참을 바느질을 하더군요.
"잘 꿰맸으니까 빨리 나을 거에요" 한 마디에 위안을 삼고 거즈를 입에 물고 일어났습니다.
죽다 살아났다는 생각으로 쳐다본 시계는 50분이나 지났더군요.
이빨 하나 뽑으려고 얼마나 환자와 의사가 고생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저 말고도 의사도 속으로 성취감을 느꼈을 겁니다.
마취가 점점 풀리자 고통은 점점 심해졌습니다.
아래쪽은 특히 아프다는 사람들의 말도 있었던데다가 잇몸까지 꿰맸으니 가끔씩 눈물이 핑핑 돌더군요.
이날은 일찍 퇴근했습니다. 그러고는 저녁에 국에 밥 말아서 몇 숟가락 먹고는 바로 잤습니다.
차라리 자면 모르니까요.
오늘 자고 일으나니 아픈 게 덜했습니다.
그래도 말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입을 벌리면 꿰맨 부분이 당겨지는 것이 느껴져서 아픕니다.
2탄을 이렇게 큰 행사로 끝냈는데, 이제 마지막 남은 3탄은 생각만해도 겁이 납니다.
완전히 잇몸 속에서 완전히 누워서 자라버린 사랑니가 오늘도 자라고 있을 겁니다.
거의 어금니 뿌리랑 맞닿기 직전인데, 언제 닿을지 겁이 납니다.
이거 뽑으려면 완전히 잇몸을 절개햐야 된다는데 걱정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사랑니가 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조물주의 인체 작품 중에 가장 큰 실패작이며 오류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