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8월 9일 수요일

드디어 100일차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00일 동안의 금연이 오늘로서 끝난다.
나는 올해 4월경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음을 느꼈고, 또한 우연한 기회로 금연에 관한 책을 사보게 되고, 신문의 기사를 읽은 후로, 여러 가지 금연에 도움이 될만한 기획을 하였고, 비교적 쉽게 금연을 하게 되었다.
사무실에서 오늘을 기념하기 위해 우리 파트 인원 20명에게 목캔디 한 통씩을 기념으로 돌렸다. 공짜 캔디를 받는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금연에 관해 관심을 보인 사람도 있었다.

100일을 맞이하여, 금연에 대한 평가를 하고자 한다.
우선 이전보다 몸이 축 쳐지는 일이 줄었음을 솔직히 시인한다. 특히 아침에 피곤함은 느끼지만, 담배를 피운 뒤의 답답함이나 띵한 일은 없어졌다. 10분도 안되어 가래를 한 번씩 뱉기에 항상 휴지를 호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다녔던 나는, 이제 더 이상 가래의 노예가 아니다. 가래는 최근 구경조차 못했으며, 침을 뱉는 일도 흔치 않은 일이 되었다. 용돈은 끊기 전이나 후, 차이를 별로 느낄 수 없었지만, 담배를 피는 시간은 아낄 수 있었다. 외출을 하게 되면 담배를 피곤했는데, 그때마다 아내는 내가 다 피울 때까지 기다려야 했지만, 그런 일도 없어졌으며, 담배의 악취와 입냄새를 풍기는 일도 없어졌다. 그리고 내 딸에게 담배라는 존재를 알지 못하게 한 것도 다행스런 일이다.
금연에 대해 자신도 생겨, 한 개피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수도 없이 하였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는 내심 갈등을 엄청 많이 하였다. 남들 담배 피울 때 옆에서 연기나 마시고 간접흡연을 하였던 내 자신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100일 동안의 금연동안 나는 금연으로 인한 좋은 점을 몸으로도 느끼고, 마음으로도 느껴 봤으며, 또 그런 자존심 상한 일과 담배를 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 고통도 맛 봤으며, 승리감도 느꼈고, 패배감도 느낀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본격적인 금연은 지금부터라고 생각한다. 가장 참기 힘들다는 100일 동안의 금연을 한 사람만이 본격적인 금연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지 않냐고 생각해본다. 사실 금연은 끝이 없고, 내가 담배를 다시 피우기가 역겹고 정말 연기가 매워 피울 수 없을 때가 아니라면 언제까지나 금연의 연속인 것이다.

10년간 담배를 피웠으니 적어도 20년간은 금연을 해야 나는 비흡연자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솔직히 지금도 어디 가서는, 담배를 끊었습니다라고 하지, 담배를 안피웁니다라고 하지는 않는다. 마음가짐이 중요할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금연 20년차라고 자축하는 글을 올리고 싶은데, 그때가 되면 나는 지천명을 앞둔 나이가 된다. 내가 만약 그때가 되면 왜 내가 조금 더 일찍 금연을 하지 않았나라는 후회를 할지도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그때 참 현명한 결정을 했다는 행복감에 눈물겨워 할 지도 모르겠다.

지금 나는 행복하다. 사랑하는 아내와 이쁜 딸이 있고, 적은 재산이나마 생계는 유지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가장 큰 삶의 밑천인 건강이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오늘의 금연 100일차를 기념하며 앞으로도 변함없는 각오와 의지로 지속적인 금연을 할 수 있기를 기원하고, 흡연가들에게는 금연에 대해 홍보하여 그돌도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다.